[게임이론과 마케팅전략] 최고의 게임이 아닌 최적의 게임을 디자인 하라

By 유원상 교수201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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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경쟁은 본질적으로 게임이다. 날로 심화되어가는 극심한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업들은 경쟁자를 제압하고 시장을 장악하며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창출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경영 일선에서 사용되고 있는 용어들은 군사용어나 스포츠 용어에서 차용된 것이 많이 있다. 그러나 많은 유사점들에도 불구하고 기업경영은 스포츠 혹은 전쟁과 큰 차이가 난다. 전쟁이나 스포츠에서는 경쟁자를 패배시키고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지상과제다. 반면, 기업경영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하고도 경쟁자와 공멸할 수도, 혹은 전쟁에서 패배하고도 작지 않은 영토를 확보할 수도 있다. 경영에서는 이기고 지는 것이 게임의 본질이 아니다. 기업들은 경쟁자들을 파산시키지 않고도 얼마든지 자신의 사업을 눈부신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 심지어 경쟁자들을 초토화시키지 않는 게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 이는 경쟁자의 눈부신 성공이 반드시 나에게 끔찍한 소식이 아닐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업 성공의 핵심요인은 결점이 없고 논리적이고 창의적이기까지 한 ‘최고’의 게임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잘 맞는 ‘최적’의 게임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만일 기업들이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은 게임을 하고 있다면 그 게임에서 얼마나 대단한 활약을 했는가와는 상관없이 그 기업은 참담한 실패를 맛볼 수도 있다. 다음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경영자는 자사에 적합한 최적의 게임을 도출함으로써 현재의 게임에 순응하는 것보다 훨씬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1990년대 초반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상호파괴적인 판촉경쟁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 사에서 딜러에 지급하는 연말 판매수당과 가격할인은 업계 전체의 수익성을 심각하게 잠식했다. 한 기업이 연말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딜러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면 다른 경쟁사들도 이에 따라야 했다. 거기에다 소비자들은 가격 리베이트까지 원하는 실정이었다. 이 상황에서 GM(General Motors)은 한 은행과 손잡고 사용금액의 5%를 1년에 500달러까지, 총 3500달러까지 적립하여 GM 상품을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이 GM 카드는 카드업계에서 전무후무한 성공을 거두며 폭발적인 가입률을 기록했다. GM은 이 카드를 통해 포드 등 경쟁사들의 미래 고객들을 선점해 묶어두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 이 카드의 전략적 목적은 당시 업계의 판매경쟁 게임의 판도를 바꾸는 데 있었다. 카드 가입자 비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GM은 그때까지 구매고객에게 지불하던 다른 모든 인센티브들을 중지하고 이를 카드의 혜택으로만 대체하도록 했다. 이 정책은 GM 카드를 보유하고 있지 않는 고객군에게는 상대적인 가격인상과 같은 효과로 나타났고 그 결과 경쟁사인 포드에게도 가격을 따라서 인상할 수 있는 여유를 주게 되었다. 포드의 가격 인상에 따라 GM도 포드에 고객을 잃지 않으면서 가격을 인상할 수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이 GM 카드의 출시는 GM 뿐 아니라 그 경쟁사인 포드에 까지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win-win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경쟁사들은 GM의 이 성공적인 카드 전략을 따라 할 수 없었을까? 포드와 폭스바겐은 각기 GM과 유사한 종류의 카드들을 출시했다. 그렇다면 이 유사 카드들로 인해 GM의 카드 전략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을까? 많은 전략 지침서들은 경쟁자들이 모방할 수 있는 전략은 전략으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원칙이 항상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영원히 모방할 수 없는 전략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방은 시장이 보낼 수 있는 최상의 찬사라고 볼 수도 있다. 만일 경쟁자들이 GM 프로그램을 광범위하게 모방한다면 GM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경쟁사로부터 획득할 수 있는 고객들의 숫자가 확실히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사들의 모방은 GM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포드나 폭스바겐도 모두 자사의 카드를 출시하면서 모든 기존 판매 인센티브를 카드 혜택으로 대체했다. 그 결과는 양사의 카드에 가입하지 않은 GM 고객을 포함한 대다수의 차량구매자들에게 양사 제품의 가격인상 효과로 나타났다. 이는 GM이 현재 가격으로 자신의 고객을 굳건히 지키거나 혹은 이들을 대상으로 가격을 얼마간 인상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게 되었음을 시사한다. 결국 3사는 모두 출혈 가격경쟁을 피하고 수익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충성 고객기반을 구축하게 됐다. 시장에서의 경쟁을 바라보는 하나의 잘못된 신화는 전쟁에서처럼 자신이 승리하기 위해 경쟁자가 반드시 패해야 한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GM의 사례는 기업이 많은 경우에 win-win 전략의 선택을 더 선호할 때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Win-win 전략을 추구하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역설적인 장점들이 있다. 첫째, win-win 전략은 일반적으로 경쟁자들이 고려하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에 이를 통해 새롭고 차별화된 전략적 기회나 구도를 찾을 수 있는 잠재력이 더 크다. 둘째, 경쟁자들을 패배시키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극렬한 저항에 직면하지 않으면서 전략을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쟁자를 죽이기 위한 가격 인하는 잠시 동안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가져다 주지만 곧 경쟁자들의 보복을 유도하여 소모적인 가격경쟁에 빠지게 되며 그 결과 종전과 같은 시장점유율로 되돌아가면서 낮은 가격으로 인한 수익성의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 GM 카드 이전의 자동차 시장과 같이 결국 모두가 피해를 보는 패자들만의 (lose-lose) 게임이 되는 것이다. 셋째, 경쟁자들의 생존을 보장함으로써 보다 지속 가능한 전략을 구현할 수 있다. 넷째, 경쟁자들의 win-win 전략의 모방은 나에게 이득이 된다.
오늘날의 기업들은 시장의 불확실성과 무한 경쟁의 정글 속에서 생존과 성공의 길을 찾기 위해 경쟁자와 시장의 움직임을 꿰뚫어보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혜안을 끊임 없이 찾고 있다. 게임이론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조망하고 모든 경기자들의 상호 연관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나와 다른 경기자들의 작용과 반작용을 분석하여 최적의 전략을 도출하는 중요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체된 현상을 타파하기 위한 돌파구를 찾기위해 고민하는 전략가들에게 희망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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