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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HRD (2)] ‘담당자-학습자’의 연결 관점에서 교육담당자의 역할

By 설현수 파트장2014-05-26

조회 : 1618 의견보기 (총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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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회사로 교육업체의 젊은 대표님 한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그분은 젊고 매우 열정적이었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고, 스스로 만든 프로그램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났습니다. 대개 자신의 실적과 주변 고객이 대기업임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부분에서는 겸손하다가도 프로그램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몹시 뜨거워졌습니다.

제 주변에는 이런 분들이 제법 많긴 합니다. HRD 바닥에서 자신의 일에 큰 보람을 느끼고 열정적으로 접근하는 분들이죠. 강사님들도 몇 분 있고, 프로그램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의 영업사원인 분도 있습니다. 물론 기업의 교육담당자도 몇 명 해당됩니다. 오늘 이런 열정적인 분을 만나니 몇 가지 성찰을 하게 되는군요.

현장에서 경험해보면, 대부분의 외부 강사님들은 정말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해 강의합니다. 자신의 개인 브랜드 문제도 있고, 철저하게 비즈니스 관점에서 고객 재구매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 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8시간~16시간, 혹은 2시간의 짧은 강의라고 할지라도, 쉬는 시간에 가뿐 숨을 쉬시거나, 끝나고 녹초가 된 모습을 볼 때마다 강의의 효과나 퀄리티, 만족도 등에 앞서 그 분들의 노고에 감동하곤 합니다.

늘 그렇습니다. 이게 갑을 관계가 형성되어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교육 업체의 컨설턴트나 영업사원, 그리고 최종적으로 현장에서 뵙는 강사님들은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도 학습효과, 즉 성과로 이어지는 학습자들의 변화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때로는 직원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즉흥적인 이유만으로 담당자들은 업체에게 불만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간혹 과격한 담당자들은, 강사 때문에 교육을 망쳤어, 업체 선택을 잘 못해서 말아먹었어, 같은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실제로 그런 정황까지 본 적은 없지만, 더 심한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운운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아주 특별한 상황을 제외한다면 이러한 현상의 대부분은 담당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교육현장은 세 부류의 사람이 모인 지점에서 형성됩니다.
첫째, 열정적인 강사
둘째, 교육이 두렵거나, 귀찮은 학습자(직원),
셋째, 강사와 학습자의 연결점이 되는 기획자와 운영자로써의 교육담당자.

이렇게 세 부류가 만난 지점에서 교육담당자는, 열정적인 강사에게 사전에 자신이 기획한 교육 과정의 목적(이 과정을 왜 하게 되었는지)과 목표(이 과정을 마친 학습자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전달해야 합니다. 목적과 목표가 정렬화된 컨텐츠로 구성하여 전달하는 것이 강사, 혹은 개발자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담당자들의 성향을 보면, 교육 과정을 마치 백화점의 상품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습니다. 가령 '성과관리' 라고 한다면 업체의 안내 책자나 홈페이지에 나열되어 있는 것을 골라 적용시킨다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교육이 망가지는 근본적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부분까지 자세히 들어간다면 많은 지식과 경험이 필요할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 제가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담당자-개발자(혹은 강사)’의 관계에서 오는 문제가 아니라 ‘담당자-학습자’로 연결되는 관계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강사는 늘 열정적이지만, 우리의 학습자는 두려워하거나 귀찮아 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구구절절 말할 필요까지 없을 것 같습니다. 아침에 연수원에 일찍 도착한 학습자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바쁜 현업을 고려하지 않은 교육 프로그램 일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합니다. 현장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또한 어떻게 하면 연수원을 빠져나가 다시 현업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골똘히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담당자의 중요한 역할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만약 학습자들이 연수원에 오는 것을 보람되게 여긴다거나, 호기심에 가득 찬 마음으로 강의장에 입장할 수 만 있다면, 우리에겐 열정적인 강사와 목적과 목표에 정렬화된 컨텐츠가 있기 때문에 학습자들을 변화시킬 높은 확률을 획득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에 대한 정답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저만의 몇 가지 방법을 사용합니다.

첫째, 첫 공지에 승부를 겁니다. 사내 그룹웨어 게시판을 통해 공지를 올리는데, 저는 비쥬얼한 문서로 게시합니다. 마치 영화 포스터처럼, 혹은 세련된 책 표지처럼 공지를 만듭니다. 교육 내용과 연관있는 멋진 사진을 찾아내고, 사진 위에 글자들을 세련되게 배치합니다. 물론 매력적인 카피로 교육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도 빼놓지 않죠.
중요한 것은 이 공지 게시물에 글자를 많이 넣지 않는 것입니다. 바쁜 현업의 직원들은 게시된 공지를 읽기 싫어합니다. 따라서 임팩트 있는 카피와 사진으로 전달합니다. (직원들이 관심 있는 것은, 교육을 받으러 언제, 어디로 가면 되는가이지, 이 교육과정의 의의나 내용이 아닙니다) 학습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호의적인 휴리스틱(heuristic)만 전달하는 것이죠. (마치 브랜드 광고처럼 말이죠)

둘째, 강의 공간의 셋팅을 철저하게 합니다. 지정된 좌석, 개인 책상에 잘 정돈되어 있는 교재와 펜, 각종 도서, 강의장 벽면에 세련되고 화려한 플래카드, 화면에서 움직이고 있는 이번 과정의 이미지들, 그리고 누구에게나 호감을 줄 수 있는 이지리스닝의 음악. 또한 고급 쿠키와 다양한 차로 세팅 된 간식대. 이런 공간은 학습자들에게 호감으로 다가옵니다. 중요한 것은 입장과 동시에 이 호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교육 현장의 고객인 학습자들이 강의장에 첫 발을 내딛을 때, 아, 이 교육은 뭔가 있구나, 내가 정말 대우받고 있구나, 라는 느낌을 주어야 합니다.

셋째, 학습자가 도착할 때 교육담당자의 친절하고 적극적인 안내입니다. 연수원은 학습자에게 낯선 장소입니다. 낯설다는 심리적 접근은 불쾌할 수도, 두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 낯설음을 느끼고 있는 학습자에게 담당자가 마치 호텔 보이처럼 접근하여 인사를 건내고 자리까지 안내해준다면 학습자의 기분이 어떨까요. 게다가 그 과정을 기획한, 혹은 교육부서를 책임지고 있는 부서장이 직접 안내한다면, 학습자의 호의적 접근은 상당히 상승할 것입니다.

넷째, 반드시 그 과정의 오프닝은 담당자가 직접 합니다. 가끔 외부 업체 직원(위탁한 교육업체의 직원)이 오프닝을 하는 장면을 목격하곤 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서 그렇겠지만, 직원들은 이 교육 과정이 내부에서 기획된 것이 아니라 외부 상품을 그대로 끌어왔음을 인식하게 됩니다. 이제부터 학습자인 우리의 직원들은 교육 과정을 냉소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합니다. 냉소적 평가의 기운을 막아내려면, 담당자가 직접, 이 과정의 목적과 목표, 그리고 교육 참여가 얼마나 힘든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음을 밝혀야 합니다.

물론 교육 과정의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요소가 조망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학습전이에 대한 연구도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연구 영역에서 담당자의 이러한 학습자 접근 방식을 찾아볼 수는 없죠. 이러한 부분은 철저하게 프랙티스 영역에서 계속 언급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제가 사용하는 4가지 방식으로 과정을 시작하게 되면, 저도 모르게 교육 과정 시간 내내 직원들에게 친절히 응대하게 됩니다. 저 자신도 시작이 그러하면 끝까지 태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마지막에 주차장에서 직원들 하나하나 악수하며 환송하는 순간까지, 우리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담당자인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됩니다. 교육과정의 만족도와 전이를 높이면서 또한 담당자로써의 제 자신까지 다듬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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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현수 파트장 소개

- 현) 유진기업 경영관리팀 교육파트장
- 학력(전공)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기업교육전공 석사 / 동국대학교 문예창작전공 학사
- 주요 강의 경력 : 일진그룹, 동양생명, 휴넷, 서강대 등
- 주요 전문분야 및 저서 : 교육체계수립 방법론 / 커뮤니케이션 / 프리젠테이션 스킬 / 기획력 / 문제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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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보기 (총 1개)

1 좋은 내용입니다. 요즘 HRD Junior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글이네요~
여원아빠 님 | 2014-06-12 09:57: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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