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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HRD (1)] 현장! HRD를 찾아서...

By 윤석원 팀장2014-04-14

조회 : 1684 의견보기 (총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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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D 업계에서 역량모델링(competency modeling, CB-HRD) 이후 중요한 개념이나 이슈의 발굴이 지지부진하다. 긍정심리학 기반의 AI(Appreciate Inquiry)가 그나마 많이 회자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곤...

그런 HRD 업계에서 눈을 조금 넓혀보면 '문화'가 새로운 기회로 대두되고 있는 것 같다. 기업문화, 조직문화로 표현되는 '문화'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80년대 일본 기업의 성공비결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동양의 기업문화를 다룬 적이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국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본 적이 없다.

2000년대 초반만 해서 우리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이 되는 것(Good to Great)을 이상적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우리 사회는(지극히 개인적 입장이긴 하다) 위대한 기업 보다 ‘좋은 기업’, ‘착한 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수년 전부터 현대카드란 이상한 기업(좋은 의도다. 오해하지 마시라.)의 탄생이 그 시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현대카드는 정태영사장의 독특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금융회사인지 디자인회사인지 모르는 그런 회사가 되고 있으니... (최근은 팬택과 손 잡고 신제품개발 콜래보를 한단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일명 ‘굿컴퍼니’로 유명세를 치르는 회사는 제니퍼소프트를 시작으로 최근 핸드스튜디오, 위대한 형제들까지 대부분이 IT기업, 특히 스타트업 기업으로 직원수가 많지 않은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필자는 대기업군으로 구분되는, 그리고 일명 레드오션으로 불리는 그런 업종에 500명 정도의 기업에 다니고 있다. 80년대 큰 성공을 뒤로 하고 법정관리란 어두운 터널을 거쳐 최근 새로운 도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기업에서 지난해부터 ‘좋은 기업’이 되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1년이 조금 넘은 상황인데도 벌써 몇몇 조직(기업이 아닌 이유는 기관도 있어서…)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 문의가 오기도 한다. 따라서 스타트업 기업이 아닌 일반 회사에서 좌충우돌하며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한 지금까지 일련의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시작은 2012년 초, 새롭게 CEO가 된 사장님께서는 직원들과 대화의 기회를 만들었다. 단지 최고경영자로써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한 자리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간담회 중에 “사장님! 우리회사의 비전은 뭡니까? 우리 회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란 질문에 바로 답을 하지 못하였고, 간담회가 끝난 후 비전/가치체계정립을 시작되었다. 6개월 동안 전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새롭게 비전선언문과 2020년 경영목표, 경영전략, 핵심가치와 인재상을 도출하였다. 프로젝트 후속으로 같은 해 11월 핵심가치 기반의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TFT를 발족하였다.

필자는 HRDer로 15년정도 경력을 가지고 있던 중에, 새로운 조직문화TFT의 리더가 되었고, 팀원들의 구성은 사내 공모를 통해 기획, 마케팅, 영업에서 한 명씩 뽑았다. TFT는 처음 시작하면서 팀의 미션과 주요역할을 명확히 하였고, 그 역할에 따라 추진해야 할 과제들을 도출하였다.
초기 정한 팀의 미션은 “경영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구축한다”로 정했다. 조직구성원들에게 무엇을 하라는 직접적인 역할부여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그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주요 역할 역시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설정하였다. ‘소통’이란 핵심가치에서 ‘구성원들간에 소통을 촉진한다’는 역할을, ‘책임’이란 가치에서는 책임감을 강요하기 보단 ‘회사에 대한 애사심과 자긍심을 높이는’ 역할을 통해 자연스럽게 책임의식을 높일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역할을 정의했다. ‘열정’이란 가치를 위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창의’란 가치를 위해 ‘자유롭게 새로운 생각을 제안하고 실행할 수 있게 하겠다’는 역할을 정했다. 조금은 길지만 구체적이고,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명확히 하는 것이 출발이라는 생각에서 이렇게 정하고 나니, 실행과제를 도출하는 작업은 상대적으로 쉽게 갔다.

이 결과를 Sponsor인 CEO께 보고를 드리고 승인을 받고 지난 1년간 열심히 활동을 하였다. 그냥 열심히가 아니라 재미있게 일을 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기존 HRDer로써의 경력이 도움도 되지만 그 틀에 갇혀있지 않아서 좋았고, 팀원들도 기존 업무와 다른 색다른 경험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피드백 받으며 1년간 성장했다. HRDer로 강의나 과정기획의 경험은 신규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퍼실리테이터나 MC로 활동할 때 도움이 되고,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도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HR이나 인사적 관점이 아닌 CEO의 관점에서 전사적으로 조직을 변화시키려는 시도 자체가 나에게는 흥분되고 즐거운 일인 것이다.

약 10년 전 나름대로 HRDer로 전문성이 있다고 자만하며 컨설팅업계에 있을 때 든 생각을 정리했던 개똥철학이 있다. HRD는 성냥개비의 불이다. 성냥의 불도 엄청나게 뜨겁다. 하지만 10초나 버틸까? 결국 꺼지고 성냥팔이 소녀는 얼어 죽는다. 성냥이 제대로 활용되려면 우선 불쏘시개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인사제도다. 많은 사람들은 일단 교육을 한 후 제도를 도입하려 한다. 그러나 성냥이 꺼진 후 불쏘시개를 찾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불쏘시개만 있으면 불을 관리할 수 있나? 그렇지 않다. 불쏘시개 역시 오래가지 않는다. 불을 오래 사용하기 위해선 장작이 필요하다. 이 장작은 회사의 프로세스와 시스템이다. 이것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물에 젖은 장작을 아무리 많이 모아보면 뭐하나. 마지막은 비바람을 막아줄 지붕과 벽이다. 장작에 불을 붙여 꽤 오래 불을 사용해도 결국 비바람을 막아주는 것이 없으면 또 꺼질 것이다. 이 지붕과 벽을 필자는 기업의 역사와 문화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것은 전후가 없다. 급하면 일단 성냥을 켜서 불을 붙여야겠지만 비바람이 부는 곳에서는 유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 (필자는 이 개똥철학을 고상해 보이게 하고자 ‘Matchstick Theory’라 명명했다. 인용하고 싶으면 출처를 밝혀주기만 해도 된다.)

LS네트웍스의 조직문화팀은 아직 걸음걸이를 시작한 갓난아기다. 우리 회사가 1년 조금 넘게이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 뒤뚱거리고 있다. 성냥은 켰고, 불쏘시개도 준비하지만 장작은 모자라고, 지붕과 벽은 구멍 투성이다. 하지만 이 일을 하는 데 두려움이나 걱정보다 그 결과로 구축되는 ‘좋은 기업(Good Company)’이 된다면 그 보람은 Big Bonus로 올 것이라 확신한다. 아직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느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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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롯데백화점(롯데쇼핑)에 입사하여 인재개발팀에서 HRDer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컨설턴트에 대한 동경으로 경희대학교에서 컨설팅학 전공하여 경영학 석사를 받았으며 동기간에 엑스퍼트컨설팅에서 역량모델링 및 CB-HRD 체계구축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컨설턴트 시절의 경험을 실제 적용하기 위해 현업(LS전선)으로 복귀했고, 이후 LS그룹 연수원(LS미래원)을 설립하고 그룹의 교육체계를 세팅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LS네트웍스로 이동하여 건강한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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